영화 <트루스> 리뷰!
▶단타 리뷰◀
질문할 용기를 빼앗긴 언론인의 몰락
미국 영화지만 기시감이 들 수밖에
실화 바탕, CBS 대표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로 완벽히 분한
케이트 블란쳇의 열연!
[왓챠 관람 가능]
장르 드라마
국가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개봉 2016.08.24
시간 125분
감독 제임스 반더빌트
주연 케이트 블란쳇, 로버트 레드포드
'다음 영화' 제공
◈ 줄거리
진실을 향한 60분 팀의 끝없는 추적!
“위대한 뉴스를 위하여!”
CBS 뉴스 프로그램 [60분]의 베테랑 프로듀서 메리 메이프스. 진실보도를 위해 의기투합한 메이프스 팀은 간판 앵커 댄 래더와 손을 맞잡고 [60분]을 이끌어 나간다. 부시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이 이어지던 중, 메리는 부시의 군 복무 비리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를 입수하고 추적 끝에 심층 보도 방송을 한다. 하지만 이내 증거 조작과 오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진실을 밝힐 논점은 조금씩 변질되어 [60분] 팀을 위협하기 시작하는데…
▶장타 리뷰◀
※ 스포 있음
"그래도 진실을 좇는 게 우리 일이니까." 한 기자 선배가 회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아주 반짝거려서 반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기레기'라 불려도 이 일의 가치를 믿고, 사명감으로 해나가는 이, 그를 보며 나는 꼭 그의 곁에 서는 후배가 되고 싶었다.
영화 <트루스>에선 댄 래더(로버트 레드포드)가 마이크 스미스(토퍼 그레이스)와 메리 메이프스(케이트 블란쳇)에게 그런 존재다. "COURAGE." 용기, 기자는 '항상 질문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선배. 그는 CBS 뉴스 프로그램 '60분' 팀의 중추이자 간판 앵커다.
극은 두 갈래로 나뉜다. 그 용기가 고꾸라지는 계기 전후로다. 바로 '60분'팀의 보도가 허위란 공격을 받으면 서다. 보도의 맹점은 당시 재선 캠페인 중이던 부시의 군 복무 비리 의혹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의혹이 진짜인 지보다 진실이라고 증명할 증거가 진짜냐고 '60분 팀'에 쏘아붙인다. 60분 팀이 증거로 내세운 문서가 위조됐다는 거다.
"우린 대통령이 자신의 의무를 다했냐고 물었을 뿐이에요. 하지만 진실엔 아무도 관심이 없고 다들 폰트와 위조 음모만 떠들어대며 진실 따위 사라져 버리길 바라고 있죠." 내부 진상조사단까지 꾸려진 상황, 해고 직전의 위기에서 메리는 이렇게 성토한다. 소위 '물타기' 수법으로 애초에 무엇이 문제였는지 잊게 만드는 행태엔 기시감도 든다. 뿐만 아니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공격한다. 여기서 주 사냥감은 담당 PD 메리다. 그녀는 이미 보수 유권자들에게 극렬 좌파, 마녀가 됐다. 해당 보도가 정치적 편향성, 가족관계에서의 결함 탓이라는 거다. 결국, 메리는 해고당한다. '60분'팀은 해체, 댄 러더는 교체된다.
용기는 꺾이다 못해 아예 짓밟혔다. CBS 스타 PD 메리가, 간판 앵커 댄 래더가 파렴치한 거짓말쟁이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트루스>가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가는 지점은 여기다. 메리의 보도는 결국 진실을 밝혀내지 못한 채 침잠해버렸다. 이 때문에 극이 두 갈래로 나뉜 후, 뒷부분부터 영화를 보는 게 관객에겐 고통스럽다. 타 언론사와 여론, 회사 경영진의 압박에 내몰리는 이들을 봐야 하니까.
이 영화를 더욱 힘겹게 하는 동시에 <트루스>가 <스포트라이트>와 달리 가는 또 다른 부분이 있다. <스포트라이트>는 사건만 중점적으로 좇고, 기자 별 서사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트루스>에선 메리의 서사가 영화의 주제와 연결된다. 메리는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질문할 용기를 내보지 못한 채 살아왔다. 물어보면 더 때렸으니까.
억눌려온 그녀는 방송사 PD가 돼 날개를 달았었다. 질문할 용기를 북돋아주는 댄 래더라는, 또 다른 아빠도 찾았다. 그런 그녀가 질문했다는 이유로 잘리고, 방송계에서 쫓겨난 거다. 이제 그녀는 '와인에 신경안정제를 타 먹어야 버틸 수 있게 된다. 이런 개인 서사는 아마 실화 주인공인 메리 메이프스의 책을 원작으로 했기에 가능했던 일인 듯싶다. 메리에 감정 이입한 덕분에 마음은 더욱 고됐지만.
게다가 메리로 분한 케이트 블란쳇은 감독 제임스 밴더 빌드가 추켜세웠듯 이 시대 최고의 배우임이 분명하다. 특히, 내면이 망가진 이를 표현할 때 그렇다. 이는 전작 <블루 재스민>이나 <캐럴>에서도 이미 보여줬지만 <트루스>에선 더 대단하다. 댄 래더가 앵커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을 들은 후 수화기를 부여잡고 우는 연기는, 눈 아래까지 번진 아이라인과 함께 잊히지 않는 장면 중 하나다.
진실을 좇던 언론인들의 추락, 가정에서 억눌렸던 질문할 용기를 이젠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하는 메리의 서사까지 더해 <트루스>는 정도의 길을 걷는 언론인의 고통을 아프게 보여준다. 기자 지망생으로서 이 영화는 기자를 아예 안 하는 게 나을까 싶을 정도로 두려움을 준다. 그래도 어쩌겠나. 누군가는 질문할 용기를 낸 덕에 좀 더 나아진 세상이니, 역할이 있다면 해내고픈 걸. COURAGE. 용기가 필요한 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