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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리뷰/성장 영화

영화 <빌리 엘리어트>: 빌리만의 얘기는 아니라서

by 조기자 2021. 1. 26.

영화 <빌리 엘리어트>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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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타 리뷰◀

발레리노를 꿈꾸던 빌리가 한껏 날아오르는 만큼, 
탄광촌의 가족들은 또다시 땅으로 내려가는 현실.  

성장 영화의 고전이자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

장르 드라마/가족
국가 영국, 프랑스
개봉 2001.02.17
시간 110분
감독 스티븐 달드리
주연 제이미 벨

※ 다음 영화 제공

◈ 줄거리

 

빌리, 왜 발레를 하니?
그냥 기분이 좋아요. 하늘을 나는 새가 된 것처럼요!

영국 북부 탄광촌에 사는 11살 소년 빌리. 매일 복싱을 배우러 가는 체육관에서 우연히 발레 수업을 보게 된 그는 토슈즈를 신은 여학생들 뒤에서 동작을 따라 한다. 그에게 재능을 발견한 발레 선생님 윌킨슨 부인은 빌리에게 특별 수업을 해주고 로열 발레학교의 오디션을 보라고 권유한다. 발레는 여자들이나 하는 거라며 반대하는 아버지 몰래 신나게 춤을 추던 어느 날, 빌리는 불쑥 체육관에 찾아온 아버지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장타 리뷰◀

※ 스포 있음

 

 

 

"너 자신에게 충실하길"

빌리(제이미 벨)가 이젠 거의 다 외워버린, 돌아가신 엄마가 남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편지를 빌리가 처음 내보인 사람은 발레 선생님인 윌킨슨 부인(줄리 월터스). 엄마의 당부처럼 빌리가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귀인(貴人)이다. 발레에 대한 빌리의 열정을 틔워주고, 재능을 키워준 사람이니까. 

윌킨슨 부인은 빌리가 발레를 못 하게 될 뻔한 계기마다 구원투수였다. 첫번째 계기는 아빠(게리 루이스)의 분노. '남자답게' 복싱이나 배우라고 없는 살림에 돈 딸려 보냈더니 글쎄 그 아들이 발레를 한단다. 흥분할 수밖에. 더 이상 발레를 못 배우게 될 처지의 빌리에게 월킨슨 부인은 제안한다. 비밀-개인 교습을 무료로 해주겠다는 것.

두 번째 계기는 형(제이미 드레이븐)의 무지다. 비밀-개인 교습으로라도 봐보려던 왕립 발레학교 오디션은 형의 재판으로 참여도 못 하게 된 상황. 빌리 집까지 친히 찾아와 등판한 구원투수에 형은 발레는 여자나 하는 것이라는 둥 도발을 지속하고, 결국 윌킨슨 부인도 폭발해 집은 난장판이 된다. 이제 윌킨슨 부인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으니 정말 발레를 그만두는 건가 싶은 때, 

그때, 빌리가 직접 붙는다. 아빠에게 말이다. 친구(스튜어트 웰즈)와 춤추며 놀다 들킨 빌리. 화난 건지 놀란 건지 알 수 없는 아빠 바로 앞에서, 빌리는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리 뛰고, 저리 구르는 이 아이의 춤은 발레라고 볼 수 없지만, 발레를 하고 싶어 죽겠다고 말한다. 결국 빌리는 발레를 할 수 있게 된다.

 

발레를 그저 할 수 있게 된 것뿐만이 아니다. 국내 최고의 교육기관에 뽑히기까지 한다. 춤을 출 때는 "지난 일을 모두 잊고, 새가 돼 날아오르는 듯, 감전된 것 같이 느낀다"는 말과 함께 오디션에 합격한 거다. 덕분에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이 아이는 무대에서 진짜 날아오르는 발레리노가 된다. 하지만 이 완벽한 성장 영화는 빌리만 보면 조금은 진부할지도 모른다. 

곁의 인물들도 함께 봐야 한다. 캐릭터마다 서사가 있고, 빌리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와 형이 그렇다. 아내를 여읜 실의에 빠진 채로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 세상에 대한 울분을 파업으로 푸는 형. 이 두 사람은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빌리를 받쳐준다. 그가 날아오를 수 있게. 설령 광부인 그들은 다시 땅 밑으로 내려가더라도.

이 영화는 빌리만의 얘기는 아니다. 그러니까 빌리의 빛나는 재능, 발레에 대한 열정만 말하지 않는다. 빌리와 발레가 성공스토리가 되게 만든, 주위 귀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던 엄마의 말 뒤에는 곧장 이 문장이 이어진다.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한단다." 

 

월킨슨 부인과 아빠, 형의 빌리에 대한 사랑이, 가난한 집 아이가 세상으로 날아오르는 받침대가 돼주었다. 가난한 집 아이의 성공은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고된 여정이지만, 빌리의 경우를 보면 이런 사랑이라도 있어서 위로가 된다. 그래도 그건 조금 가져본 것도 같아서, 운 좋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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